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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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복지연대
- 조회
- 3,961회
- 작성일
- 21-07-26 13:34
본문
책을 읽고 난 뒤 왜 ‘야매득도 에세이’라는 장르(?)를 붙였는지 알 것 같았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생활 속에서 깨달은 내용들이 책 곳곳에 묻어 나온다.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노력해라, 최선을 다해라, 인내해라 등이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어째 점점 더 불행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우리가 지금 괴로운 이유는 우리의 믿음, 즉 ‘노력’이 우리를 자주 배신하기 때문이다. 나는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는데 고작 이 정도고, 누구는 아무런 노력을 안 하고도 많은 걸 가져가는 걸 너무 많이 본다. 그렇다고 노력을 멈출 수도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그나마 지금 정도도 유지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자신에 매몰되어 있는 시선을 주변과 사회로 돌려보자. 사회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저자와 같이 본업을 때려치고(?) 자신이 잘 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여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자는 이야기다. 비록 실패할지라도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꿈을 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세상, 열심히 일하면 내 집 하나 정도는 마련할 수 있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세상,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하고,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보통의 소시민들에게 실현 가능성 희박한 희망고문에 불과할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남들의 인정을 위해 살다보면 삶은 견디는 것이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열심히 노력한다고 성공한 인생을 사는건 아니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끄덕거리며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지만, 저자와 같이 열심히 하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해야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미 자본주의와 무한 경쟁사회 속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개인의 노력과 성공으로만 성취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닌 힘을 좀 빼도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고,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아도, 실패해도 낙오자로 바라보지 않고 언제든 다시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저자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저자의 취향을 얘기할 때 나와 공통점이 꽤 있어서 호감이 느껴졌다. 연배도 비슷할 것 같아서 맛있는 안주에 느슨하게 술한잔 걸치고 싶어졌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꿈과 기대처럼 펼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간혹 그런 사람들이 위인이란 이름으로 회자되긴 하지만 극소수다. 그 위인들도 사실 꽤 많은 msg가 가미되었을 것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것처럼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복잡하고 거대한 체계이다. 내꿈과 기대처럼 사살겠노라,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겠노라 하는 포부는 갖을 수 있으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중심을 잡으며 생존하는 것 조차 버겁다.
폭풍우 속에서도 비와 바람을 이기고 헤쳐나가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겼던 과거에 비해 폭풍우를 잘 피하는 것이 어떤 잘못도 아니고 폭풍우가 그치면 갈 길 가라는 얘기는 참 인상적이었다.
예전에는 성공하기 위한 지침서가 유행이었다. 요즘은 성공을 배제한 소위 자기 방식대로 살라는 유형의 책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압축하자면 나를 위한 열정으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재밌게 걸어하는 인생을 예찬한다. 책 제목은 열심히 살면 안된다는 의미같지만 정작 내용은 목적없이 남들처럼 뒤쳐질까봐 애쓰는 삶에 대한 사색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 열심히 살고 있다. 각자의 방식대로 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란 마인드, 마이웨이, 세상에는 많은길이 있다는 내용, 너무 괴롭거든 포기하라는 내용 등이 큰 위로가 되며서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들 이었다.
'노력이 곧 성과다'라는 명제가 실제 사회에서 반증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위로가 되고 공감되는 것이겠다.
한편으로는 많은 노오력을 요구하는 사회가 그런 노오력들은 무시하고 성과위주의 평가들로 노력한 자의 노력한 여정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되어 버리는 사회 분위기가 옳지만은 않다고 생각된다.
노력 그 자체만으로 내가 즐길 무언가가되고 그 노력들이 충분히 보상받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성과도 중요하지만 성실히 노력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그여정들이 헛되지 않음을 배우는 기회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