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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탈시설은 인권'이라면서... 장애 심하면 탈시설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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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복지연대
조회
3,744회
작성일
21-06-03 09:29

본문

 

 

 

'탈시설은 인권'이라면서... 장애 심하면 탈시설 배제?

[새로운 서울 복지를 그리다 ②-1] 반인권적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정책


지난 3월 29일, 서울시는 장애인 인권정책의 핵심 목표인 탈시설화를 위해 올해 전국 최초로 관련 조례 제정 내용을 포함하는 4대 주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4대 주요 정책은 첫째 전국 최초 장애인 탈시설 조례제정, 둘째 장애인 거주시설의 탈시설 지원 확대·강화, 셋째 탈시설 욕구조사 등 프로세스 보완, 넷째 탈시설 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책을 위한 주거관리 효율성 개선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발표는 정작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과는 반대되는 반인권적이고 모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당사자 욕구가 먼저인가, 장애 정도가 먼저인가

서울시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는 장애인 당사자 욕구에 기반해 탈시설을 지원하는 동시에 일상생활 등 신체활동이나 인지력 등에 큰 제약이 없는 장애인(심하지 않은 장애인)의 탈시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 당사자가 아무리 탈시설을 원한다 하더라도 탈시설 우선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반인권적 태도이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 욕구에 기반한 탈시설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생활에 제약이 없는 장애인을 탈시설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 역시 모순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여 장애정도가 심한 당사자의 경우 지역사회로 나왔을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 때문에 탈시설을 늦춘다고 하면, 이들은 본인의 일생 가운데 탈시설을 경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본인이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타인의 인생을 제한할 그 어떤 권리도 없다.


그리고 탈시설을 완성한 향유의집과 도란도란의 경우만 보더라도 탈시설 당사자들의 생활 만족도는 거주시설에서 생활할 때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탈시설 당사자들이 염려된다면 그에 맞는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고 확대하면 된다. 


서울시가 진정 장애인 인권정책의 핵심 목표를 탈시설이라고 생각한다면,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의 탈시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정도가 가장 심한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검증된 지원을 해야 한다. 장애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당사자들도 안심하고 탈시설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서울시 탈시설 정책 취지에 부합한다.


'탈시설은 인권'이라고 선언하면서 야심 차게 내놓은 서울시 탈시설 정책이 또다시 중증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탈시설 가로막는 욕구조사

 

거주인 탈시설 자립지원 체계구축 촉구 기자회견 

▲  거주인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체계 구축 촉구 기자회견

ⓒ 공공운수 사회복지지부


문제의 소지가 가장 많은 곳은 탈시설 욕구조사다. 서울시는 장애인 인권 보호 핵심을 탈시설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조사내용에는 탈시설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를 묻고 있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탈시설이 장애인 인권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면 통상 탈시설 욕구라고 불리는, 당사자가 탈시설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의 질문을 폐기해야 한다. 


오히려 당사자와 가족 등 이해당사자들이 탈시설 할 때 무엇을 불안하게 생각하는지 섬세하게 파악하고, 탈시설에 필요한 지원에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하는지를 조사하는 '탈시설 지원조사'가 되어야 한다. 즉, 조사내용의 핵심은 장애 당사자의 '탈시설 욕구 유무'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나가면 무엇이 필요한지 제반 사항을 점검하고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탈시설 사각지대


장애인 거주시설의 탈시설 지원확대 및 강화 부분(활동지원+주택제공)에 있어서도 단순하게 활동지원사 연계와 서비스 시간 연장 등으로 접근하다 보니, 장애와 장애 당사자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이 발휘되지 못하고, 활동지원사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시는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 시간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활동지원 시간에 상응하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한시적으로 2년 동안만 제공한다. 발달장애인이 2년 동안 활동지원을 초기 집중 지원받는다고 해서 2년 후에 혼자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는다. 서울시의 활동지원 추가지원은 탈시설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2년이 지나면 사라지는 활동지원에 대한 대안을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면 보건복지부가 움직이도록 의견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에 더해 탈시설 발달장애인 당사자 활동지원에 있어 사각지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거주시설 당사자 중 65세가 넘어 탈시설 할 경우, 활동지원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시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은 보건복지부 활동지원 대상자를 전제로 제공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활동지원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으면 서울시 활동지원 대상에서 자동 제외된다.


그렇다면 65세 이상 장애인은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시설거주 당사자들은 노인성질환(치매, 뇌혈관성 질환, 파킨슨)에 해당하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65세가 넘어 탈시설한 발달장애 당사자들에 대한 활동지원 제공을 탈시설 지원확대 및 강화 방안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턱없이 모자란 지원주택

 

거주인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체계 구축 촉구 기자회견 

▲  탈시설 촉구 발언

ⓒ 공공운수 사회복지지부


 

서울시 거주시설에서 지내는 장애인은 3021명(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5월 21일 기준)이다. 매해 지원주택을 20호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마저도 권역별로 공급형 지원주택 숫자가 정해져 있고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회적 관계망이 전혀 없는 곳에 이사 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UN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현재 특정한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것과 거주지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반인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 당사자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주택사업자를 통한 지원 체계가 현행 20호당 1명으로 되어 있는데, 5호당 1명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고, 서비스 제공인력을(주거코디네이터) 4호당 1명 배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마저도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해야 한다.


당사자 중심의 지원정책 되려면

따라서 서울시가 탈시설을 정책방향으로 정한 이상, 장애 당사자가 탈시설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 보건복지부 활동지원에 상응하는 서비스 제공 시간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부담된다면,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종합심사표를 장애유형(발달, 시각, 신체)에 맞는 서울형 심사표를 만들어서 장애 당사자에 최적화된 활동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지원주택 공급에 있어서도 거주시설 생활자(3021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주택을(공급형 30호, 비공급형 20호) 제공하고 있는데, 거주시설 생활자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 전세금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세에 맞춰 1인 가구 기준 9천만 원에서 1억1천만 원까지 상향 조정했는데, 서울은 타 도시에 비해 물가수준이 높으므로 LH와 SH 전세지원금에 서울시가 4천만 원을 지원하여 1억 5천만 원으로 집을 구할 수 있도록 보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세대출 이자율이 현행 2%인데, 서울시가 1%의 이자를 지원해 준다면 탈시설 당사자들의 주거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자리 제공에 있어서는 청소 중심의 공공일자리에서 벗어나 중증장애인 자립생활(IL) 센터의 캠페인, 권익옹호 등과 같이 참여 자체가 노동이 되는 권리형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노동 기간도 대폭 확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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