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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대한민국에서 뇌병변장애인은 설 곳이 없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복지연대
조회
3,889회
작성일
21-06-17 10:44

본문

 

 

 

'중증중복 뇌병변장애인'이란 선천적, 발달기 뇌 손상으로 인해 신체적 또는 인지적 손상을 동반한 장애를 지칭한다. 이들은 주로 지적장애와 시·청각 장애, 언어·섭식·수면 장애 등과 뇌전증, 자폐성 장애, 희귀난치성 질환, 근골격계의 중증 질환 등 적게는 3~4가지, 많게는 이 모두를 동반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뇌병변장애인은 25만 3083명으로, 전체 장애 인구의 9.8% 차지하는데 이는 지체장애, 청각장애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또한 뇌병변장애인 10명 중 6명은 중증에 해당(중증 64.2%, 경증 35.8%)하며, 점차 고령화되어가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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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권리 보장 촉구하는 모습
출처: newsis  

 

의회와 정부로부터 소외된 뇌병변장애인 

이와 같이 중증중복의 뇌병변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수의 10% 정도로 추정되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은 장애인복지법, 특수교육법 등을 포함한 몇몇 법률에 의하여 지극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다. 

더욱이 의학적으로 자폐성·지적 장애와 함께 뇌병변장애가 대표적인 발달장애에 속함에도, 현행 발달장애인 권리보장법에서는 선천적 또는 발달기에 장애를 갖게 된 중중중복 뇌병변장애인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몇 안 되는 제도적 혜택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중증중복 뇌병변장애인이 당면한 현안에 대하여 끊임없이 호소하고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였지만, 정부는 중중중복 뇌병변장애인이 몇 명인지 알아야 지원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장애인 현황은 장애인복지법에 의하여 5년마다 조사하게 되어 있는데, 정부에서 파악하지 않은 중중중복 뇌병변장애인 현황을 당사자 및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돌봄 및 교육 그리고 치료에서 소외된 뇌병변장애인

또한 중중중복 뇌병변장애인은 교육, 치료, 복지 현장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성인 장애인들은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 등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치료를 받거나 각종 직업교육 등을 받을 수 있지만,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복지시설 인력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입소 기회마저 얻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이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교육과 복지도 멈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서울에 등록된 뇌병변장애인 수는 4만 905명인데, 뇌병변장애인 전용시설은 13곳에 불과하다. 즉, 뇌병변장애인은 돌봄과 평생교육 체계를 갖춘 전문 서비스를 대부분 받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뇌병변장애의 특성상 씹기, 삼키기 등 음식 섭취의 어려움, 가래흡인, 호흡기 관리, 경관섭식 지원 등 신체활동 지원 욕구의 강도가 매우 높으나 이와 관련한 전문서비스의 부재로 영유아기, 학령기, 성인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늘 배제되고 소외당하고 있다. 

뇌병변장애로 근골격계의 변형과 구축, 건강 유지를 위해서는 전 생애에 걸친 재활 운동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소아재활 외에는 청소년 재활치료시스템과 성인기 건강지원에 대한 재활치료와 건강지원 등 의료 시스템이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리고 신체 변형이 큰 성인 중복뇌병변장애인의 경우 건강검진 받을 진료 기관이 없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정기 건강검진은 이들에게 허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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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 재활활동 강사에 대한 지원금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피켓시위를 진행
출처: 헤드라인제주


독박 돌봄과 경제적 부담에 허덕이는 가족

서울시가 진정으로 장애 당사자의 자립을 강화하고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면, 센터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예산을 이월할 것이 아니라 배정된 예산만이라도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렇듯 성인 뇌병변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든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에, 남은 생의 대부분을 집안에서만 머물며 지낼 수밖에 없다.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들의 주 돌봄자는 가족이다.

가족이 돌봄의 책임을 오롯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돌봄 가족에게 질병이라도 발생하면 중증 장애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유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친인척의 애경사 모임 등에 참석하기 어려워 사회적 고립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리고 중증중복 장애로 인한 모든 신체 활동과 실내외 이동에 필요한 생활 보장구 구입, 지속적인 재활치료, 수술, 약 복용 등으로 가정경제에 큰 부담을 지고 있으며, 본의 아니게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2차, 3차의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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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비전센터 

출처: 중앙일보 


비록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중증중복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비전센터를 개소하여 돌봄과 건강지원, 평생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15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한번 입소하면 최대 5년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에만 4만 명이 넘는 뇌병변 장애인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시설 수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매년 2개소씩 비전센터를 조성해 2023년까지 총 8개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자치구들이 센터 건립 공모에 참여하지 않아 배정된 예산마저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장애 당사자의 자립을 강화하고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면, 센터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예산을 이월할 것이 아니라 배정된 예산만이라도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