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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 4호] 요일마다 문여닫는 시간이 다른 동네 가게 vs. 25시간 문여는 동네 가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복지연대
조회
3,840회
작성일
21-05-23 17:22

본문

 

 

 

column201312.jpg

column201312_2.jpg

영국은 땅거미만 지면 동네 가게의 문들은 닫혀있다....

뭐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라 새삼스러울 것 없다. 요즘 영국도 배달문화가 배달민족으로부터 확산되어서인지(^^) 이곳저곳 한밤중까지 불 밝히고 케밥, 피자, 중국요리.. 등을 배달하는 곳이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많은 가게는 어둠이 깔리면 문을 닫는다.

특히 일요일은 5시 이후 문 여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식당과 펍 빼고는..

 

그러나 영국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사실..

 

미장원에서의 일이다. 머리 깍다가 미용사에게 우연히 들은 말이 '화요일은 10시부터, 수요일은 11시부터, 목요일은 10시 반 부터... 문을 연단다'

 

하여 왜냐고 물으니, 자기 엄마랑 번갈아가며 미장원을 지키는데 서로 할 수 있는 시간대가 다르다나 뭐라나....

대부분 영국의 동네가게는 유리창 문 앞에 요일별로 문 열고 닫는 시간이 표시되어있는데 토, 일요일 짧은 것까지는 이해되지만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음을 쉽게 발견한다.

 

불편하다. 그날그날 가게가 언제 문을 열고 닫는지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이상하다.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어야하는 것이 영업 제1조인 이 시대에 이게 돈 벌겠다는 자세가 맞는감?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는 가게 주인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생활인이고 그러기에 그가 갖고 있는 독특한 사정과 형편이 있는 것이고 그 역시 누군가에겐 소비자이다. 그래서 그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소비자로서 오는 불편함을 참을 수있어야한다는 지혜가 여기에 깃들어있는 것은 아닌가?

 

24시간을 다 열지 못해 아쉬워 25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자영업천국의 한국의 자영업자들. 그들은 소비자가 왕이라는 그 한마디에, 그리고 처절한 동네영업의 경쟁을 이기고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또는 철모르는 아이를 열쇠로 잠긴 방안에 가둔 채, 몸져누운 부모를 불안한 누군가의 손길에 남긴 채,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새벽처럼 일어나 문열고 인적끊긴 한밤중에나 문닫는 고단한 노동을 계속해 간다.

 

아마도 한국의 어느 가게가 '월요일엔 오전 10시에 문 열구요, 화요일엔 11시, 수요일엔 다시 10시, 목요일엔 12시....' 뭐 이딴 식으로 문간에 내걸었다가는 돌아올 답은 뻔하다. '요즘 이집 배 부르군. 돈 좀 벌었나보네? 허!'

 

생각해 볼일이다.

 

회사에 고용된 이들만이 노동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노동권이 있다는 사실, 노동의 주체는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

 

그리하여 그들의 노동권을 소비자가 인정해주고 지켜주며 조금의 불편을 감수할 줄 알아야한다. 왜? 자신 역시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요 노동하는 이이기에!

 

물론 사회임금이 저열한 한국에서는 자영업자의 노동권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돈의 노예가 되지 않아도 기본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불편없는 복지제도가 근저에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하루 번 것의 1/2이상을 털어 넣어야하는 높은 전월세의 횡포로부터 보호받는 현실도 타파되어야함은 당연하다.

 

한국에도 동네가게가 6시만 되면 문 닫아 불편한 세상, 그러나 그 불편의 뒤에 저마다 인간다운 생활, 쉼이 있는 노동을 누리는 그런 편한 진실이 담겨져 있을 때는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