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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 5호] 버스없는 성탄절 vs '시민의 발'로 강요받는 버스노동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복지연대
조회
3,792회
작성일
21-05-23 17:22

본문

 

 

 

column201312_02.jpg

 

영국, 그중에도 요크의 성탄에는 버스가 없다. 충격이다. 세상에 시민의 발인 버스가 없다니...

 

그럼 어쩌란 말인가? 이날 만이 아니다.

 

영국에는 성탄절 다음날이 Boxing day(이 이름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은데, 일설에 의하면, 부유층들이 성탄 때 들어온 선물상자 중 하나를 가정부 등 일꾼들에게 나누어주어 비롯되었다고 하고,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성탄절에 맞추어 엄청난 쇼핑이 이루어지지만 결국 재고가 남게된 대형마켓들이 매우 헐값에 성탄절 물건들을 세일해서 비롯되었다고도 하고..)까지 버스는 한대도 다니지 않는다. 대부분의 가게도 이 두 날은 완전히 문을 닫는다.
이어지는 연말과 연초까지 버스도 단축 운행을 하고 가게들도 긴 휴가로 문을 닫는 경우가 흔하단다.

영국인의 성탄은 가족과 친구들의 오붓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떠나는가하면, 부모들이나 자식들이 일주일씩 찾아와 머물기도 한다. 함께 스코틀랜드나 그리스 등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대학교를 포함 초,중,고등학교가 성탄 전주부터 시작하여 연초 첫주까지 약 2주간 방학에 돌입하니, 자연히 부모들의 휴가도 이때 보장된다.

여기까지는 우리네 설날이나 추석과 뭐 그리 다르냐 싶었다. 그러나 버스노동자들까지도 자신들의 가족과 함께 할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이틀을 완전히 쉬는 이 문화는, 영국의 노동에 대한, 노동자에 대한 선진의식을 보여준다.

 

자신의, 자기 가족의 달콤한 성탄을 위해 타인과 그들 가족의 달콤함이 희생되는 것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 영국!

이에 비해 한국의 노동에는 권리는 인정되지 않고 희생만 크다.

성장을 위해, 수출을 위해, 회사를 위해, 국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결국은 밥 벌어먹는 너 자신을 위해!

항시 무언가를 위해 노동은 언제나 성실할 것을 강요받고 '무엇인가를 위한' 의무만 남아있다.

그 희생과 의무 앞에 개인의 건강이나 휴식, 그리고 가족의 삶은 뒷전으로 물러나 앉는다.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노동은 전혀 즐겁지 않다.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짐이자 고역일뿐.

생각해 볼 일이다.

노동은 노동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지 않는가? 
강요나 희생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존재, 내 삶 자체를 실현하고 확인하는 기쁘고 기쁜 시간 속의 여행은 아닌가?

자신의 주체적 삶을 위해 노동이 있는 것이지,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데올로기 속에서 스스로의 노동과 삶이 희생되는 것으로 노동이 전락될 수는 없지 않은가?

성탄을 가족과 함께 누릴 권리를 위해 스스로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영국 시민의 의식 앞에서, 지하철과 버스 파업 때마다 단골로 듣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이라는 한국에서의 볼멘 소리가 너무 초라하게만 보이는 영국에서의 성탄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