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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십년 전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나의 주요 학문적 실천적 관심사는 사회운동의 제도화, 그리고 사회운동과 사회복지와의 관계라는 주제였다. 이는 그전 십여년간 여성학도로서 여성운동의 안팎에서 그 변화를 지켜보며 얻게 된 고민 때문이었다. 당시 여성운동단체들은 민주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국가와의 관계를 재편성하고 조심스럽게 협력관계를 맺어나가면서 단체운영에 있어 중앙/지방정부로부터 재정보조를 받는 새로운 전환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그러나 재정보조는 곧 정부의 규제를 받아들여야함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 가장 영향을 받은 단체들 중의 하나인 가정폭력/성폭력 운동단체들은 그에 따라 시설설치의 기준을 맞춰야하고, 또 일하는 활동가들이 공식적인 자격증, 이를테면 사회복지사자격증을 취득해야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여성운동지도자들의 정계진출에 대한 논쟁과 함께, 여성운동단체가 단순히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변화하면서 사회변화운동으로서의 정체성과 정치성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여성운동의 제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갔다.1) 그런 변화를 지켜보다가 한국을 떠난 나는 미국의 사회복지와 여성운동이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가를 알고 싶었다. 우리와 사회적 맥락은 많이 다르지만, 미국의 경험을 아는 것이 적어도 참고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 미국의 가정폭력운동과 사회복지의 관계에 대해 논문을 쓰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미국에서 가정폭력운동단체들도 한국의 단체들과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는 것이다. 그들도 역시 처음에는 풀뿌리운동조직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정부나 외부에서 재정보조를 받게 되고 일하는 활동가들은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2) 그런데 내가 흥미롭게 생각했던 것은, 운동의 전문직화에 대해 활동가들이 보여준 초기의 거센 저항이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에서 시민권운동과 여성운동이 크게 일어나기 직전인 1960년대까지 미국의 사회복지계는 사회변화와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과 참여보다는 의학모델, 그중에서도 정신분석이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임상위주의 실천방법론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신보건, 가족복지영역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 중에서는 남성중심적인 정신의학이론으로 가정폭력의 원인과 현상을 설명하고 그에 기반한 접근을 실천방법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악명이 높았던 설명방식으로서는 가정폭력이 여성들의 피학적 성향, 다시 말하면 여성들이 학대를 당하는 것에서 쾌락을 느끼는 특별한 심리기제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극단적인 설명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역할에 충실했다면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가정을 지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 사회복지사들이 많았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은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더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런 접근방법에서는 폭력을 피하기 위해 가해자인 남편을 떠나는 것은 우선적인 해결방법이 될 수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운동이 사회복지사들과 결별하고 그들만의 조직을 만들어 피해여성들을 도와주고자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어째서 그 당시 사회복지사들이 정치참여와 사회변화에 대한 강조가 아닌 개인의 변화에만 집중하면서 임상위주의 직종으로 변해갔는가하는 것이었다.

일단 긴 역사적 과정을 돌이켜봤을 때 미국사회복지계의 역사는 사회변화, 그리고 사회운동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해왔다.3) 예를 들어 거대한 경제 불황이나 사회운동의 물결이 거셀 때, 개인보다는 사회구조에서 문제의 근원을 찾고 사회를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사회복지계에서도 주류가 되곤 했다. 특히 사회변화를 최우선 목적으로 삼으면서 사회운동과 정치참여를 사회복지의 핵심정체성으로 삼는 “급진적 사회복지 (Radical Social Work)”의 전통이 한 때 미국 사회복지계에서 주요한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들 급진적 사회복지사들은 사회복지사노조를 만들고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한편, 미국이 참여하는 세계 전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해나갔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반공산주의 세력에게 ‘반미국적 불온세력’으로 공격당하면서 그 힘을 잃어갔다.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가 1950년대 미국의 정치사회문화계를 초토화시켰던 매카시광풍이다.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매장시켰던 이 광풍의 직격탄을 맞고 진보적 마인드를 가진 사회복지사들, 사회복지연구자와 교수들이 줄줄이 해직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공/민간사회복지기관들과 대학에서 진행된 이 대대적인 ‘숙청’으로 인하여 사회복지계는 결국 곧 다가올 시민권운동에 함께 할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이로써 사회복지사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뉴딜정책으로 초석을 닦은 복지국가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내적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4) 이런 정치적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사회복지(학)계에서는 클라이언트 개인에 대한 개별적 서비스에 집중하는 임상위주의 이론과 방법론이 주류실천방법으로 떠올랐고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직으로서의 향상이 사회복지직능단체들의 우선순위가 되었다. 이와 함께 급진적 사회복지전통은 잊혀져가고 더 이상 예비 사회복지사들은 대학에서 그 역사를 배우지 못하게 되었다.

여성운동의 제도화, 운동과 사회복지의 관계에서 시작되었던 나의 물음은 현재 미국사회복지모델의 형성에 대한 역사에 대한 고찰로 연결되었고 다시 이러한 역사가 한국의 사회복지계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가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한국사회복지실천의 발달에도 영향을 끼친 미국사회복지의 역사에 대한 지식은 서울복지시민연대가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정치참여5)와 시민사회운동과 관계, 사회복지사의 노동환경6)과 노동조합, 진보적 사회복지사들과 연구자들의 역할과 대응전략 등을 함께 생각하고 토론을 더 발전시키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7) 그러나 미국의 역사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원하는 복지국가의 건설은 사회변화에 대한 비전을 가진 사회복지사들의 사회운동 참여와 정치세력화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종북몰이와 극우이데올로기가 일상화되어가는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사회복지계 내의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을 키워내고 지켜내기 위한 노력과 전략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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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장미경 (2005), “여성운동의 제도화, 운동정치의 확대인가 제도정치로의 흡수인가”, 한국여성연구소 (편), ,『여성과 사회』, 제16호, 8-34쪽.

2) 미국과 영국의 여성폭력추방운동 제도화의 자세한 역사적 맥락에 대해서는 신상숙 (2007). 여성폭력추방운동의 역사적 맥락과 제도화 과정의 차이: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여성학』 제23권 3호. 5-42쪽 참조.

3) Trattner, W.I. (1999). From poor law to welfare state: A history of social welfare in America (6th ed.). New York: Free Press

4) Reisch, M. & Andrews, J. (2001). The road not taken: A history of radical social work in the United States. New York: Routledge.

5) 신용규 (2013), 사회복지사를 위한, 사회복지사에 의한,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 서울복지시민연대칼럼 제 12호

6) 서동명 (2014), 사회복지사의 노동환경, 서울복지시민연대칼럼 제6호

7) 미국사회복지역사에서의 실천가치지향분석 통해 한국사회복지에 대한 함의를 논의한 연구물로는 홍선미 (2011), 사회복지실천의 가치지향분석: 미국의 사회복지역사를 중심으로. 『비판사회정책』, 제31호. 193-22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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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의 기고가인 한설아교수는 잠시 귀국한 지난 5월 서울복지시민연대의 팟캐스트 방송 "서울복지학개론"에도 출연하여 미국의 사회복지학과 전공학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방송가기 ->

[특집] 미국의 사회복지(사) VS 한국의 사회복지(사) 1부 http://www.podbbang.com/ch/7034?e=21725832 

[특집] 미국의 사회복지(사) VS 한국의 사회복지(사) 2부 http://www.podbbang.com/ch/7034?e=2172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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