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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인에게 더욱 가혹한 겨울

2015년의 시작을 알리는 1월, 경기도 안산지역에서 노숙인 신모(38)씨가 뇌출혈 상태로 거리에서 발견되었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주취자,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 구급대는 그 환자를 데리고 5시간이 넘는동안 안산일대의 병원과 노숙인시설을 다니며 진료와 보호를 요청했지만 같은 이유로 응해준 곳은 없었다. 결국 신씨는 세 번째 방문한 병원에 간신히 입원했지만 7시간 만에 사망했다.

같은 달 19일, 서울 중구의 한 시장의 어떤 가게 앞에 누워있는 노숙인이 발견되었다. 가게 주인인 장씨는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인지라 깨워 몸이라도 녹이게 하려했지만, 이미 그 노숙인은 밤새 강추위로 싸늘한 주검이 된지 오래인 상태였다. 사망한 노숙인은 대만국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노숙인 시설 입소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가 남긴것은 열심히 발품을 팔아 폐지를 수집하고 받은 돈 2만 3천원이 전부였다.

같은 달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상가에서는 한파를 피하기 위한 땔감이 필요해 목재 팔레트를 훔친 혐의로 노숙인 정모씨(44)가 검거되기도 하였다. 정씨가 훔친 팔레트는 단돈(?) 1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매년 같은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거리에서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독한 추위 속에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발생했다. 그 상황에서 지역의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기관들이나, 공공기관, 노숙인의 보호를 담당하는 복지기관은 적절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의료기관은 그 동안 병원에서 소란을 피웠던 주취자이고,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뇌출혈 환자를 거부했고, 그 결과 그 환자는 사망했다. 한 노숙인은 우리 나라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리에 방치되었고, 그 결과 동사하였다. 그리고 한 노숙인은 거리에서 강추위를 못이겨 주변의 목제팔레트를 가져다가 땔감으로 활용했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었다. 복지제도는 그들에게 더 이상의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 방치?! 근거가 없는건 아니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위 상황에 해당하는 법령을 살펴보면 과연 이들이 왜 그런 가혹한 상황 속에 놓일 수 밖에 없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지 응급의료를 해야하며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또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은 구조와 구급활동을 행함에 있어서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숙인등의복지및자립지원에관한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에서도 그러한 응급한 상황에 대한 의무사항이 명시되어있다. 동법제14조 1항에는 “겅찰공무원, 소방공무원 또는 노숙인 등 관련업무 종사자는 중대한 질병, 동사(凍死) 등 노숙인 등에 관한 응급상황을 신고받거나 발견한 때에는 지체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한 동법 제21조1항에 따르면 노숙인시설의 종사자는 “노숙인 등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 유감스럽지만, 현장은 법령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법령 규정에 의해 판단하면 위의 사례는 법령을 무색하게 한 매우 안타까운 희생이 아닐 수 없다. 노숙인 복지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에서 해당 상황에 대한 의무적 지원의 근거가 있음에도, 그 법령에 의한 지원을 다하지 않은 관련 종사자의 귀책이 매우 커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 종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연 이 문제를 그저 현장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문제로 귀결 시킬 수만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에 노숙인복지법이 시행되고 공공기관이나 노숙인시설에서의 책임이 명확해진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늘어난 책임 만큼 공공지원은 여전히 열악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거리에 나갈 수 있는 인력도 없고, 막상 나간다고 해도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상 없다. 이래서야 어떻게 노숙인 복지시설의 사회복지사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상황을 눈뜨고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해달라(A복지원 생활복지사)”

“돌아가신 분께는 송구한 마음이지만, 안산의 구급대원이 이해가 간다. 오죽하면 5시간동안 환자를 데리고 헤매고 다녔을까. 노숙인을 받아주는 지정병원도 없고, 술 마신 사람을 보호해주는 시설이 없는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5시간 이상 병원을 찾아다녔으면 그 사람으로서는 할 만큼 한 것 아닌가.(B지역 거리상담원)”

이들의 이야기처럼 노숙인을 대하는 현장에서는 법령에서의 선언이 무색할 정도의 열악함을 호소한다. 당장 거리에서 노숙인을 만날 인력이 부족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도 부족하고, 그날 밤 추위를 피할 시설도 부족하다. 그나마 공공의료기관이 있는 지역은 다행이다. 그것조차 없는 지역은 응급한 상황에 놓인 노숙인을 입원시키기 위해 그 지역의 병원을 여기저기 순회해야 하는 괴로운 현실과 맞닥뜨려야 한단다.

과연 이러한 현실 속에 법령에서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내용을 담보해 낼 수 있을까.



○ 죽거나, 범죄자가 되거나….

“겨울만 되면 여기 사는 사람은 슬퍼져. 겨울한파 잘 버티다가 그 다음날 아침에 병원에 실려가든지, 얼어죽던지, 아니면 그거 못참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경찰에 잡혀가고…. 차라리 그렇게 감방에 가는게 다행스럽다고 해야하나…. 그나마 추위는 피하게 해줄거 아냐. 밥도 줄거고….(영등포역 인근 노숙인)”

법적인 사항이 제반되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의 실천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잘 짜여진 법령이라 할지라도 그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아무리 법적으로 노숙인의 지원과 그들의 자립을 야심차게 외친다고 해도, 노숙인복지현장의 열악성은 그 외침을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고 만다. 그리고 정책은 정책대로, 현장은 현장대로 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허무한 원망만이 오고간다. 그 사이에도 노숙인은 여전히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밤을 거리에서 지새운다.

매년 그렇게 거리에서 혹독한 추위와 더위 속에 많은 사람들이 생을 마감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생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몸부림치다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그들이 사회적 지원을 ‘스스로 거부’하며 거리에서 ‘말썽을 피우고 있다’고 나무라고 있다. 게다가 그들을 도덕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낙인을 찍기도 한다. 그러한 사회의 인식 속에서 노숙인이 경험해온 상실의 고통과 추위와 배고픔은 가볍게 무시된다. 그렇게 매년 같은 상황이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그렇게 지나갈 것이고, 내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헛웃음 섞인 짐작이 마음을 더욱 짓누른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절망의 굴레를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지…….

사회복지사로서 다시한번 우리 사회와 나 자신을 향해 묻는다.

‘우리는 과연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의 도리를 ’정말‘ 다하고 있는가.’

극한 빈곤 속에 세상을 떠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 면목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렇게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우리의 이웃이 없기를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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