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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umn(Welfare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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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 거의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3번의 대통령 선거를 지켜봤고 이제 또 한번의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비록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이지만 정책과 정치가 시민 개개인들의 삶, 그리고 사회복지현장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터라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재선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인종차별과 빈곤이 뿌리깊게 얽혀있는 이 사회에서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 세력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매우 강력했다. 대통령직은 빼앗겼지만 의회의 다수를 장악하면서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을 사사건건 가로막았다. 그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공약이었던 의료보험 개혁은 반쪽짜리 성공에 머물렀고 여전히 폐지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거대한 경제침체로부터는 벗어나고 실업률은 하락했지만 그 효과는 원래 직업의 종류도, 선택권도 많은 큰 도시들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느껴질 뿐이다.


한국처럼 미국의 대학생들도 학자금대출로 인해 큰 빚을 떠안게 되지만 소위 일류 법대를 나와도 변호사로 취직하기 어려워진 현실에서 젊은이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이런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정치적인 의제가 되어 시민들의 힘으로 선거에서 나타날까봐 두려워 국민들을 사회적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몰아넣었다. 이로 인해 정치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의제는 더 이상 경제가 아니라, 낙태,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 사안이 되었다. 그리고 보수적인 언론들은 왜곡보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으며 사실상 뉴스를 하나의 오락으로 전락시키면서 이러한 싸움의 첨병에 서왔다.

 

이런 환경에서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투표행태를 보여왔다. 많은 서민들과 저소득계층의 시민들이 자신들에게 응당 돌아와야 할 혜택과 사회서비스 등을 거침없이 폐지해버리는 정당에 표를 주며 더욱 권력을 부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이런 환경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또다시 경제력이 없고, 권력이 없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정치인’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전통적으로 특권계층에 속했으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락해버린 백인계층의 좌절을 대변한다. 트럼프는 이들에게 문제의 원인을 불공평한 사회경제구조가 아닌 이민자들과 비기독교인들로부터 찾도록 종용한다. 공개적으로 여성들을 조롱하고 멕시코 이민자들을 강간범들이라 칭하면서 기존 보수적인 정치인들조차 두려워 드러내지 못했던 인종/성차별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조장한다. 실제로 트럼프의 등장 이후로 소수인종/이민지들에 대한 증오 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젊은 흑인 남성들이 잇따라 경찰에게 살해당한 사건에서 시작된 “Black Lives Matter”운동이 대학 캠퍼스를 비롯한 사회곳곳에서 새롭게 힘을 얻어 커밍아웃하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반격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심화되어 온 사회갈등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젊은이들을 6,70년대 민권운동시기 이후 가장 광범위한 범위로 정치의식화 하고 있다. 첨단 기술과 SNS라는 소통도구로 무장한 이 젊은 세대는 여당야당 가릴 것없이 자본의 힘에 포섭된 정치인들이 고도의 전략화되고 만들어진 이미지에 근거해 선거를 치루는 식상한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바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통령 선거 경선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후보자인 버니 샌더스라는 정치인을 통해서 분출되었다. 잘 알려지다시피 버니 샌더스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칭하며 수 십년을 한결같은 정치신념을 바탕으로 한 도시의 시장으로, 그리고 상원의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일찌감치 소수의 특권계층이 장악한 사회경제체제의 개혁을 외치며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어느 언론이 “마침내 시대가 버니 샌더스를 따라잡았다”라고 말했 듯, 그는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놓는데 있어 누구보다 선구적인 혜안을 가진 사람이었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그가 기존의 이미지 정치 외연에 존재해왔다는 사실이다. 야당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자신에게 굳건한 지지를 보냈던 소외계층에게 가장 치명적인 복지개혁을 단행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정치경험은 많으나 투명하지 않은 행정으로 계속 스캔들을 일으키며 월스트리트의 자본가들과도 지나치게 가까운 힐러리 클린턴 등의 야당정치인들이 보여줘 왔던 말과 포지션 바꾸기에 환멸을 느꼈을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는 정반대 지점에서 서있던 샌더스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대로 당내 조직기반이 취약한 샌더스는 역시 주류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대통령 경선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경쟁자인 힐러리로 하여금 더 진보적인 의제들을 껴안도록 강하게 추동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미국 사회복지계는 윤리강령에 합당한 복지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의지가 있는 그 어떤 정치인과도 협력해야한다는 입장인 만큼, 특정 후보자의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있다.(실제로 미국은 정부 고용자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가 정치적 로비활동을 하는데 큰 법적 제한을 두고 있어서 사회복지사들이 이런 정책을 잘 알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실천 현장과 대학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은 야당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예상을 뒤집고 도널드 트럼프가 계속 정치적 세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해가는 현실을 두려움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정치적 부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여전히 강력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뼈아프게 직면하며 실천현장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할 것인가하는 과제 앞에 더 큰 고민을 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두려움과 각성은 버니 샌더스의 예상을 깬 선전이 보여준 새로운 세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공존하며 미국 사회를 그 어느 때보다도 혼돈과 예측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중이다. 늘 거대한 사회운동과 그에 대한 반동의 시대를 반복해온 미국의 역사가 어쩌면 다시 한번 커다란 역동적인 변화의 전환기로 들어서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 서울복지칼럼은 회원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글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현안과 이슈에 대한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피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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