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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umn(Welfare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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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는 나치 시절 수용소에 포로로 잡혀 있던 1,100여 명의 유대인들의 목숨을 건져낸 실화를 다룬 영화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그 속에서의 구출을 다룬 영화 같은 사건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면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나치 시절 유대인들과 함께 많은 장애인들이 학살됐는데, 우리 사회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아직도 시설에 수용되어 살고 있고, 그 속에서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몇해전 영화 ‘도가니’는 광주 인화원에서 저질러진 참담한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을 다뤄 국민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도가니 이후 다시는 시설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시설 거주 장애인들의 인권침해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는 원주 사랑의 집에서 일어난 장애인들에 대한 학대과 방임사건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목사직을 갖춘 사이비 복지가가 21명의 발달장애인들을 자신의 친자로 등록해 시설에 감금하고 끊임없이 인권을 침해하며 다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끔찍한 사례다. 장애인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고, 도망가면 잡아와서 구타하고 장애인이라는 문구와 이름을 문신으로 새겨 놓았다. 죽어간 이들의 장례조차 치러주지 않고 10년이 넘도록 병원 냉동고에 방치했다.

 


인강원 사건을 지켜보며

 

  지난 3월, 서울 도봉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인강원에서는 양심적인 사회복지사들에 의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판 도가니’라고 불리는 인강원 사건은 시설 운영자인 이사장 친족을 비롯한 가해자들이 장애인들을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하였고, 금전착취, 보조금 횡령 등을 일삼아 지적 장애인 등 74명이 피해자로 확인되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되었다.

  검찰 수사 결과 실질 운영자인 이사장의 모친과 부원장인 이모와 생활재활 교사가 거주인을 폭행하고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 이사장은 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이들은 산하 보호작업장에 고용된 장애인들에게 세탁일을 시킨후 급여를 인출해 순금으로 바꾸어 보관하는 등 13억원의 노임을 착취했고, 세탁 일을 하는 인부들을 생활재활교사인 양 신고하여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12억원을 받아내 가로채기도 했다.


  생활재활교사로 일하던 이사장의 이모는 수년간 장애인들이 일을 게을리 한다, 서로 도와주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쇠자로 손바닥을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했다. 다른 생활재활교사는 피해자의 허벅지를 수차례 밟아 고관절 골절상을 입혀 수술을 받게 하는 등 거주 장애인들을 수시로 때리고 학대했다. 밥을 먹지 않거나 자신을 싫어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장애인들의 손을 묶어 놓거나 산으로 데리고 가 몽둥이로 때리기도 하였다.

  산하 특수학교인 인강학교도 시설비리, 공금횡령에 철저하게 이용되었는데, 교장의 묵인 하에 특수학교에 소속된 직원들을 보호작업장에 근무하게 하는 수법으로 인건비 4억원을 받아 유용했고, 특수학교 운영비를 횡령하여 법인 이사진 사택의 식비, 난방비 등으로 사용하였다. 인강원은 거주인들에 대한 인권유린 외에도 조직적으로 공금을 횡령하여 지역사회와 시민사회에 공분을 일으켰고,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 지방의원 등이 참여한 인강재단해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비리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원스트라이크아웃’ 방침에 따라 인강재단 이사진에 대한 해임조치와 법인허가 취소를 결정하여 통지했다. 그런데 법인 이사진은 유명 변호인을 선임하여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등 마치 사유재산을 지키려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시설 측은 피해를 입은 지적장애인들을 협박하여 진술을 번복하도록 2차로 가해하였고, 내부 고발자인 전 직원들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는 등 사회복지시설이라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나아가 시설측이 직원과 거주인 가족을 동원해 서울시의 법인허가 취소와 거주인 전원조치 시도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었다. 현장검증을 위해 방문한 판사와 검사에게 ‘이곳에 계신 분들은 다른 곳에는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는 잠도 자려고 하지 않는다’ 며 지적장애인의 자유와 인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였고, 시설측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일부 입소 거주인 가족들은 판사에게 ‘우리 아이들이 여기 있고 싶어 한다. 이런 시설을 폐쇄하면 안된다’ 라며 비리 인권침해 시설을 옹호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 거주인 가족들은 실태조사와 전원조치를 위해 방문하려던 공무원들의 출입을 막고 공무를 방해하기 까지 했다.


  시설 거주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향적인 방법은 없을까? 물론 시설내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시설구조를 개선하는 사업도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발달장애인 등 거주인들이 가족과 지역사회를 떠나 시설에서 거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음을 던지고 그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로 복위해야 하는 실천과제를 고민할 때가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거주시설이란 이름으로 장애인에 대한 광범한 시설보호가 유지되고 있다. 말이 보호이지 실은 국가 정책에 의한 시설수용이라는 것 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등을 포함해 약 18만 명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살고 있는데, 성인 발달장애인의 20%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활시설에 수용되어 집단생활을 하며 지낸다. 생활시설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이 3만여명의 다수가 발달장애인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신고시설 뿐만 아니라 법인 시설에서도 끊임없이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시설거주 자체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분리된 집단적 주거 자체가 인권에 반하는 생활양식임을 입증하는 셈이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군대나 감옥과 유사한 집단 거주를 해야 한다면 이는 얼마나 불평등한 것인가! 장애인 운동과 연대하고 있는 인문학자 이진경씨가 ‘시설은 유료로 운영되는 감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는데, 많은 울림을 준다. 1850년대 자본주의의 부작용에 의해 시설수용의 역사가 시작된 서구의 경우도 1950대 부터 탈시설 운동이 추진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본격적인 탈시설 정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어 북유럽 보다 60년 이상 뒤처진 셈이다. 미국의 경우도 한때 20만명에 달하던 시설 거주인들이 공립 시설의 폐쇄조치와 함께 대부분 지역사회로 돌아가고 2000년대에는 5만여명의 요양 대상자들만 남았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1960년대 부터 일찌기 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추구하면서 근래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이념인 정상화(normalization)를 추구하고 실천하였다. 정상화이념을 주창한 뱅크미켈센(Bank-Mikkelsen)에 의하면 정상화는 ‘지적장애인들이 가능한한 정상에 가까운 생활양식을 얻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를 더욱 이론화한 울펜스버거(Wolf Wolfensberger)에 의하면 정상화는 ‘가능한한 문화적으로 일반적인 개인의 행동과 특성을 만들어가고 유지하기 위하여 문화적으로 일반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탈로부터 돌아와 일반적으로 적절한 행동을 하고 나이와 성이 비슷한 사람들의 범위에 맞추는 것을 의미하는데, 거주인들을 시설 환경으로부터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환경으로 이주시키는 것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재통합을 목표로 한다. 유엔도 지적장애인 권리선언을 발표해 제 4조에서 ‘지적장애인은 가족이나 위탁부모와 동거하며, 각종 지역사회 생활에 참가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만일 시설에서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시설은 통상적인(normal) 생활과 최대한 접근된 환경과 조건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 지원정책이 최근 비로소 모색되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지난 4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다. 발달장애인법에는 시설내 발달장애인 학대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사법경찰과 함께 출동하여 조사하고 보호 조치를 하는 권한 등 강력한 권리옹호 기능을 가지게 되었다. 늘 잊혀진 존재였고 그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돼 왔던 발달장애인 지원 문제에 대해 이제는 세밀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5년말에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 발달장애인들의 거주 시설 유입요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사회 지원기반을 마련하는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할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는 탈시설추진팀을 운영하여 적극적인 탈시설 계획을 입안하고 있는데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5년간 600여명의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울의 시도가 복지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되고 당연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구의 경험으로 미뤄보면, 지역사회에서의 재통합을 지원하고 이를 사회운동으로 보편화시키려는 민간의 노력도 꼭 필요할 듯 싶다. 지역사회 통합은 특수한 분리된 프로그램이 아닌 자연스럽게 생긴 지역사회 자원을 통하여 가장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도를 바꾸는 노력과 더불어 장애인들을 분리된 존재로 보고 격리를 당연시하는 사회인식의 변화와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인식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자녀 양육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아동기에 거주시설로 보내는 부모들의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자녀를 시설에 입소시킨 부모들 가운데, 자신의 자식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인권침해 시설을 옹호하는 가족들을 선뜻 납득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들 가족들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부양의무제 등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구미에서도 시설 거주인들 가족들이 처음에는 탈시설을 반대하였지만, 점차 생각을 바꾸고 지지하며 지역사회 이주 가족 간의 접촉도 증가하였다고 한다. 선진국의 경험을 바라보고만 있을게 아니라 우리도 하루라도 빨리 실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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