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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다시 행정절차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된다
-  교통수요관리, 주변상업개발, 광장의 개방성 등 쟁점 빠진 서측안 재추진을 우려한다 -

 


2019년 1월 서울시의 국제현상공모 당선작 발표를 통해서 공식화되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이 9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로 잠정 중단되었다가 최근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2019년 7월 공식적으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고 연속토론회를 통해서 서울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의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서울시의 잠정 중단 결정에 하나의 배경이 되었음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9년 9월부터 서울시가 진행한 각종 공론화 과정에서 책임감을 갖고 임해왔으며 특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제안을 해왔다.

 

(1) 단순한 물리적 환경개선만으로는 서울시가 표방하는 보행중심의 도시를 만들 수 없다: 물리적 환경 변화 이전에 광화문광장을 포함하는 면단위 종합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핵심적으로는 광장과 주변의 종로, 새문안로, 율곡로, 사직로와 광장 동서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제되어야 한다.

 

(2) 도심 내 차량 교통에 대한 수요관리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리적인 도로환경 변화를 통해 차량교통을 관리하는 정책보다 녹색교통진흥지역을 중심으로 혼잡통행료와 같은 통과차량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버스체계 재편 등 대중교통과 보행중심의 도심교통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3) 역사성 회복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광장의 역사는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역사성 회복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부재한 상태에서는 기계적인 현상 복원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진단과 함께 미래의 가치를 우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4) 광장의 자유로운 이용을 제약하는 운영방침은 재고되어야 한다: 광장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용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최근 광장 내 집회 문제를 빌미로 광장사용을 제약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부적절하다. 특히 광장이 행정기관의 허가사항으로 관리되어서는 안되며 시민들의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광장 운영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5) 광화문 광장에 대한 사회적 실험이 필요하다: 물리적 구조 개선보다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차선별, 시간별 차량통행제한 등 시민들 스스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회적 실험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광장은 행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 의해 만들어지기 떄문이다.

 

2019년 9월부터 진행한 공론화 과정은 우리가 제안한 다양한 의제들이 검토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보인 수용성과 적극성은 매우 고무적이었으며, 이로인해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열릴 수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분명 1년 전에 서울시가 추진하고자 했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1) 동시에 추진해야 할 의제들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본래의 의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혼잡통행료 등 도심 내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반드시 물리적 환경개선보다 우선적으로 (또는 동시에) 추진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혼잡통행료 등 도심 내 교통수요관리 정책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초기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재편이 우선되는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

 

(2) 물리적 공간 재편안에 대한 공론화가 부재하다: 공론화과정속에서 광장 형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시가 주장하는 서측광장안에 대한 한계들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서측광장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3)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광장논의가 부족하다: 서울시는 최근 중앙정부에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회시위법 개정안’을 건의했다. 부분적으로 야간집회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주는 부작용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포괄적인 집회 금지는 시민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추진한다면 이는 시민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행정의 필요와 요구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다. 즉, 그간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되고 주요한 쟁점에 대해 공감대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광화문광장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되는 시점이 아니라 또 다른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계획상 미진한 부분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공론화를 통해 최대한 보완해야 한다. 특히 혼잡통행료 도입과 버스 체계 개편 등 도심 내 강력한 수요관리 대책과 함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심 내 젠트리피케이션을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물리적 구조 개선 외에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실험이 권장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공론화할 것이다.

 

서울시가 재추진을 하기로 한 이상 그 과정은 기존의 어떤 과정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현재의 상황은 안타깝게도 ‘이미 국제현상공모에 따른 실시 설계안이 나왔다’는 입장과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는 행정 내부의 알리바이가 앞선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변화는 단순히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후위기는 분명히 다가오는 미래이고, 코로나19 사태는 그런 불가피해 보이는 미래의 단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였다.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가 서울시민, 나아가 한국의 모든 이들에게 지금 당장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그동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단순히 반대를 넘어서 어떤 방향의 광화문광장이 필요한지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제시해왔다. 이는 앞으로도 우리가 자임할 수 있는 범위만큼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책임만큼 최선을 다해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할 것이다. [끝]

 


2020년 7월 1일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서울시민연대, 문화연대, 경실련,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서울YMCA, 행정개혁시민연합,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문화도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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