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선생이다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복지연대
- 조회
- 3,777회
- 작성일
- 21-05-22 21:41
본문
저자인 황현산 선생은 신안의 한 섬에서 태어나 고대불문과 교수를 역임하다 얼마 전 작고한 분이다. 책은 진보적 시각을 갖고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A4 한페이지 반 분량으로 서술하고 있다. 보통 진보적인 분들은 세고 거칠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데 반해 저자는 점쟎게 온유하고 따뜻하게 의견을 서술한다. 저자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는 점이다. 글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빛나는 문체를 제외하면 사실 내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새로움은 적었다. 약간은 조금 진부한 내용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출판된 지 오래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기 위해 알아보니 대부분 대출 중이거나 예약대기자가 몇 명씩 있곤하여 놀랐다. 이 책이 지금도 사람들에게 전하는 깊은 메세지가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노회찬 의원이 추천해주신 책이어서 이전부터 꼭 읽어보고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사실 굉장히 매력적이거나 감동적인 글들은 아니지만, 뭐랄까, 일상 안에서 잠시나마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다. 또한 작가의 평온한 마음, 세상살이에 있어서 큰 흔들림없는 그 자세를 닮고 싶다.
‘밤이 선생이다’ 책을 읽으며 날카로운 주제들을 온화하게 표현했지만 가볍지 않게 전달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글의 표현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시대와 문화에서 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에 대해 짧게 기술되었지만 긴 여운으로 곱십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며 큰 세상의 미약한 '나'라는 존재가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의식과 행동의 의미있는 작은 실천에 동기부여가 된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겪었던 작고 사소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해서 통찰하는 과정이 참 부드럽고 여유있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부담스럽지 않게 납득이 되었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옳다는 꼰대의 경험담 아닌,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툭 던지는 노인의 지혜에 은혜를 받았다. 아껴서 하루에 한 꼭지씩 읽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은 후 저자가 고인이라고 알았다. 궁금하다. 저자는 어떤 生의 사람이었을까...
(마음이 무거워져야 할 의무) 3백 년 전 일본 찻사발에 쓰여진 한글 시 ‘망향가’에서 “오직 저를 위해 이 시를 쓰면서 그 생애에 가장 깊이 있는 시간을 체험하기도 했을 것”이라 한다. 생애의 가장 깊이 있는 시간이라~ 나는 어떤 깊이의 시간을 만들고 있는지...
(기억과 장소) “발등에 떨어진 일도 미처 챙기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 바른 겸손함을 느낀다. 겸손함은 ‘부족함, 약함, 죄스러움’을 인정하는 것이라 했다. 흠~ 끙~ 나의 과거는 오만함의 극치였다. 지극히 깨닫을 뿐이다.
(찌푸린 얼굴들) “자기 생각에 몰두하는 시간” 중에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를 생각하며 자신을 풀어놓는 데는 늘 실패하는 사람이 자신을 반성하는 일에 서툴 수 밖에 없는 것~이라 하셨다. 카뮈는 시지프스가 부조리한 고통을 홀로 견디고 있어 행복할 수 있다고 상상하라 하였다. 그럼 선생님은 행복하셨던 것이다.
(당신의 사소한 사정)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리를 당신의 사정에 비추어 마련하고 바꾸어가는 문화” 즉, 유연성을 강조하셨다. 군인가족-체육인-장교-상이군인으로 살았던 시절 나의 등식은 ‘꼿꼿, 대쪽, 줏대’ ㅎㅎ 생각만으로도 토나옴^^
(자유로운 정치 엄숙한 문화) 박철 시인의 시를 평론하였다. “삶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엄숙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 그는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순결한 사람이 되려고 하며, ~ 그는 늘 자신을 죄인으로 여겨 제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어찌 이리 아름다운 엄숙함을 보이시는지, 침묵 속에 고요히 수갑을 채우고 어색한 침대에 누웠던 나는 엄숙한 어제 였던가. 오늘의 나는 엄숙함에 있는지, 잡스러움에 있는지...
그렇다. 저자는 마음 여린 침묵 속에 분명 행복한 生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기쁘게 삶을 끝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