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사랑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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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복지연대
- 조회
- 3,832회
- 작성일
- 21-05-22 21:43
본문
나는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너무 많은 가치를 둡니다. 그래서 걱정되고 불안하고 화가 납니다.
철학은 회복탄력성(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 통제할 수 없는 것에 흥분하지 않는 능력: 에픽테토스)과 합리적 쾌락(마음의 평온을 위해 손쉬운 것들만 욕망하는 법: 에피쿠로스) 등을 통해 현상과 사물을 더 넓은 맥락에서 보게 하는 가르침을 줍니다.
여러 철학논리와 인지행동사례 들을 통한 소박한 결론은 타인의 시선에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자본과 문명사회 탓에 대중의 의견에 끌려다녀 불행할 필요 없다(장자크 루소)고 하니까요.
의미심장한 몽테뉴의 격언으로 오늘의 마음도 위로해 봅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 그런데도 남에게 얻고 애걸하라고 배운다... 그러나 평온하게 사는 데 원칙 같은 것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소크라테스는 우리 내면에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찾는 방법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대 철학자들이 전해주는 삶을 사랑하는 기술들을 읽으며 많은 동의를 하게 됐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리석음에 대한 고찰, 맞닥뜨린 상황을 벗어나 좀더 멀리서 조망해보면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는 경험적 지혜들을 깨닫게 된다. 고대 철학자들이 말해주는 기술들이 어찌보면 우리도 알게 모르게 베어 있는 습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요한 건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받고 힘을 받고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세상을 살아간다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주 오랜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을 만났다. 서양 고대철학의 굵직한 사상들을 바탕으로 현대 인간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나 삶의 어려움의 순간순간을 어떤 사상들과 실천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알려주었다.
이전에 학교 다닐적 배웠던 여러 철학자들과 각각의 학파들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되었고, 나 역시 삶의 어려운 지점에서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지혜를 얻은 느낌이다. 특별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에피쿠로스 학파가,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그 "쾌락주의"가 아니라, 현재 삶의 정신적 풍요와 만족을 추구한다는 것에서, 늘 미래의 불안감에 허덕이는 나에게, 현재의 평안을 누리고 즐기라는 용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책을 집어든 첫 인상은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적 요인보다는 내적 요인, 물질적 보상보다는 정신적 보상에 관심을 갖는 철학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하는 책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삶이 흔들릴 때 어떤 시각으로 고민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었다. 인지행동치료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그동안의 행동패턴과 다르게 반응하고 인지를 변화시킴으로써 심리적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오히려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지, 소확행이 아닌 진정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선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했는지 소개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소크라테스 등장 100년 전에 이미 스스로를 철학자라고 불렀던 사람들이 있었다. 탈레스,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등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주의 물질적 본질에 집착하거나 무척 엘리트적이고 반민주적인 철학을 발전시켰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이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관심사를 다뤄야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철학자였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철학은 자신에게 행하는 의술이다. 자신의 영혼을 관찰하고 어떤 믿음과 가치가 합리적이며 어떤 것이 해로운지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행할 수 있는 의술의 한 형태이며, 이것이 바로 철학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철학은 마음의 식스팩을 만드는 훈련이다. 한 사람의 철학과 그 사람의 정신 및 육체의 건강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우리는 과거가 현재와 상관 없다라는 방향으로 살고 있을 때가 많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음에도 과거와 똑같은 일이 일어나도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은 채 몽유병자처럼 살때가 많다. 부모나 자신이 속한 문화의 가치와 믿음을 아무런 의문도 없이 받아들이고, 잘못된 믿음을 받아들여 병들어 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점 우리에게 철학은 삶을 사랑하는 기술을 말한다. 단기적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날마다 실천해야하는 지속적인 삶의 방식으로 고민을 해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