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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와 불평등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복지연대
조회
2,607회
작성일
22-02-09 17:48

본문

 

 

 

2021년 6월, 제1야당 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현상을 보며 책 추천하게 되었다. 이준석은 능력주의에 대해 차별은 없고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노력하는 사람이 성취한 것은 인정 받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더 많이 노력한 사람에게 더 많이 보상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결과와 상관 없이 노력을 많이 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과정이 아닌 결과에 따라 보상한다. 따라서 결과에 따른 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리고 굳이 뉴스와 통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능력이 발달하는 것은 성장 환경을 비롯하여 사회•경제•문화적 배경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온전히 개인에게 속한 능력’이란 허구에 불과하다.

능력주의 가치를 마치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기득권자(지배자)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장치이다. 왜냐하면 능력주의는 반드시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양산하고, 이 원인을 개인 능력, 노력 등의 부족으로 보기 때문에 차별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 눈감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능력이나 기여가 적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예컨대 장애인들은 딱 자기 능력 정도의 대우만 받아야 하는가? 그런 사회가 과연 정의롭고 좋온 사회인가? 능력의 차이에 따른 (분배)차별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또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10명의 다양한 필자들이 자신들이 처한 곳에서 능력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목소리로 능력주의를 말하고 있지는 않으나 몇 가지 지점에서 공통적인 인식들이 존재한다.  

첫째는 기회만 평등하게 주어지면 결과적인 차이는 인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기회란 유전적 이유, 사회경제적 이유, 평가기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미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능력주의에 의한 불평등에 교육이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학능력평가시험 점수와 많은 수상기록 등이 필요한데, 부모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그 결과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부유층 자녀들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학진학의 결과는 노동시장으로 이어져 좋은 일자리는 좋은 대학 출신들이 차지하고 된다. 결국 교육이 노동으로 그리고 부의 창출로 이어져 부가 세습되는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이다. 셋째, 능력에 대한 평가를 누가하며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대학 수능이 정말로 학생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가? 각 노동능력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평가와 급여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되어 있는가? 더 나아가 국가나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는 공정하게 평가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모든 평가기관들이 기존 지배그룹의 이해를 대변하는 평가권력이 서열화하기 때문에 불평등이 더 심화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왜 사회가 능력주의 사회로 변화하였는가?에 대한 원인분석과 그럼 능력주의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쓴 글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깊이있고 체계적인 내용을 실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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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이나 주식으로 재산 증식을 하려는 사람을 손가락질하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정작 한국의 불평등의 기원을 뜯어보려고 한 적이 없는게 사실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의 가족들의 어쩔 수 없음, 공부 잘한다는 이유로 특별한 관심과 혜택을 받는 학생들과 엘리트들의 당연한 태도 정당한 과정과 테스트를 통해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들의 자부심 등은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이는 말도 안되는 게임이었다는 생각을 비로소 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구구절절 바른 이야기다. 설득력 있는 논리다. 능력주의에 따라 공정한 평가를 하고, 그 후에 결과에 대해 군말 없는 것이 쿨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명제에 물음표를 경험하게 한다. 나 역시 그 결과값의 격차가 커서 그 간극을 줄이자는 입장이었지 일련의 과정을 부정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고, 맞고 난 후에는 후련했다. 불평등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이제야 알게되었고, 그 소리가 이제야 귀에 들어왔다. 내 머리 속에 구멍을 발견한 순간 창피했다. 연공서열에 의한 보수체계가 흔들리는 것에 두려워하는 내 자신을 본 순간 더 창피했다. 거두절미하고 난 어쩔 수 없는 기득권이다. 좀 다르다면 내가 가진 것들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도 않고, 험난한 세상에서 잘 살아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이상한 기득권이다. 
그러나 이런 건조하고 섹시하지 못한 말들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느껴지는 충격과 함께 아쉬움도 남는다. 여러 저자가 쓰다보니 중복된 내용이 많다. 세뇌 시킬수 있을지는 몰라도 독자가 정리해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능력주의를 소중하게 여기며 키우는 우리의 현실을 분야별로 정리해보면 더 날씬하고 섹시하게 구성할 수 있어 보인다.
인종차별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반대하지만, 정작 나를 포함한 한국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지적 인종주의임을 자각했다. 이런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인듯 하다. 다들 나처럼 심하게 뒷통수 맞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회는 무엇으로 능력을 평가하는가? 그 능력의 차이가 실제 어떤 차별로 이어지는가? 그러한 차별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나아가서 공동체의 자원은 전체 구성원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되어야 하는가? 
능력이 정당한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능력이라는 것도 개인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서는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 되며 또다른 차별의 기준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능력주의가 온전히 개인의 능력이라고 보는 관점은 모순이 너무 많으며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불평등의 존재를 책을 통해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현재의 평가체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능력’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재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능력이라는 것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고 하는 평가가 아닌 나와 얼마나 잘 맞는지를 측정하는 개념으로 변화되었으면 한다.

참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하는 책. 때로는 분노하고 또 때로는 막막함에 이르러 오히려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책. 이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한 것이라 여겼던 것이 실로 얼마나 위협적이고 불평등한 능력주의 사회인지.. 또 그게 마냥 지향해야하는 것인 마냥 주장하는 사람들이 답답하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병폐와 날카로운 모순들이 참 갑갑했는데, 이 책을 통해 왜 갑갑했던지에 대해 그 이유를 잘 설명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참 아쉽게도, 그에 따른 대안을 제대로 제시해주진 못한다. 그저 문제를 찌르고 파헤친 부분들이 대부분이라… 그래서 마음이 더욱 갑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