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와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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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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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2-02-0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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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제1야당 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현상을 보며 책 추천하게 되었다. 이준석은 능력주의에 대해 차별은 없고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노력하는 사람이 성취한 것은 인정 받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 ‘더 많이 노력한 사람에게 더 많이 보상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결과와 상관 없이 노력을 많이 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과정이 아닌 결과에 따라 보상한다. 따라서 결과에 따른 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리고 굳이 뉴스와 통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능력이 발달하는 것은 성장 환경을 비롯하여 사회•경제•문화적 배경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온전히 개인에게 속한 능력’이란 허구에 불과하다.
능력주의 가치를 마치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기득권자(지배자)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장치이다. 왜냐하면 능력주의는 반드시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양산하고, 이 원인을 개인 능력, 노력 등의 부족으로 보기 때문에 차별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 눈감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능력이나 기여가 적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예컨대 장애인들은 딱 자기 능력 정도의 대우만 받아야 하는가? 그런 사회가 과연 정의롭고 좋온 사회인가? 능력의 차이에 따른 (분배)차별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또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10명의 다양한 필자들이 자신들이 처한 곳에서 능력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목소리로 능력주의를 말하고 있지는 않으나 몇 가지 지점에서 공통적인 인식들이 존재한다.
첫째는 기회만 평등하게 주어지면 결과적인 차이는 인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기회란 유전적 이유, 사회경제적 이유, 평가기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점에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미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능력주의에 의한 불평등에 교육이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학능력평가시험 점수와 많은 수상기록 등이 필요한데, 부모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그 결과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부유층 자녀들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학진학의 결과는 노동시장으로 이어져 좋은 일자리는 좋은 대학 출신들이 차지하고 된다. 결국 교육이 노동으로 그리고 부의 창출로 이어져 부가 세습되는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이다. 셋째, 능력에 대한 평가를 누가하며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대학 수능이 정말로 학생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가? 각 노동능력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평가와 급여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되어 있는가? 더 나아가 국가나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는 공정하게 평가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모든 평가기관들이 기존 지배그룹의 이해를 대변하는 평가권력이 서열화하기 때문에 불평등이 더 심화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왜 사회가 능력주의 사회로 변화하였는가?에 대한 원인분석과 그럼 능력주의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쓴 글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깊이있고 체계적인 내용을 실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