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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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복지연대
- 조회
- 1,124회
- 작성일
- 22-09-22 09:54
본문
이제는 손석희란 인물이 시간에 의해 그리고 스캔들에 의해 대중의 기억속에서 지워져 간다. 정확히 말하자면 존경과 선망의 대상에서 더 평범한 언론인의 지면으로 내려왔다는 게 맞을 듯하다. 이런 상황이 본인에게는 더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될지 아쉬움으로 남을지는 모르겠다. 웬지 이 책은 한 때 대선 후보까지 거론됐던 자신의 명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MBC를 떠나 JTBC로 일터를 옮긴 저자에게 쏟아진 의심스런 눈초리와 볼멘 소리들에 대한 큰 항변의 기록이다.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건 그 항변과 이유가 구차하지도 않다. 변명조차도 품위있게 한다고나 할까? 언론인으로서, 언론사 사장으로서 그의 보도 철학을 구현한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역시 난 사람이긴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JTBC 방송을 보지 않았던 나에게 파격적인 방송 세팅과 진행은 흥미로웠다. 내가 자주 보고 듣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방식의 원형이라고 느껴지지도 한다. 앵커브리핑과 김어준 생각, 가끔 선곡하는 음악과 손석희의 엔딩곡 등등, 책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손석희와 김어준을 비교하게 된다. 손석희는 명문가의 양반이요 이순신이라면, 김어준은 평민 혹은 천민이요 임꺽정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존경하느냐 좋아하느냐의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자연인으로 해맑은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이는 아무래도 김어준일 듯하다.
양자 사이에 공통점은 어젠다 키핑이다. 끊임없이 세월호의 진실을 알렸던, 그들의 끈기와 고집으로 넘쳐나는 가십거리에서 그나마 중심을 잃지 않았던 이유라 생각한다. 책을 통해 손석희를 새롭게 알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다시 그를 선망했던 높은 위치에 놓고자 하는 마음도 이유도 없다.
이 장면 말고는 책을 통해 깨닫거나 느낀 바는 거의 없다. 대한민국 저널리즘에 관심이 없는 탓이기도 하거니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용과 형식면에 있어서도 자서전식 에세이기 때문에 손석희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특별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