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깨한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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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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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9회
- 작성일
- 23-02-15 16:56
본문
책 제목은 누누이 들어왔던 터다. 그래서 어쩐지 읽어야 한다는 당위가 나를 움직인다. 이 정도 분량이면 완독이 어렵지 않을 듯 하여 집어든다.
죽어가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얘기는 신의 목소리 그 자체다. 모리와 같은 유명 인사가 아니어도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 말이 그렇고, 종교 경전이 신자에게 강조하는 진리 역시 그렇다. 그러나 어리석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는 그 얘기를 아직은 귀담아 들을 때가 아니라고 외면하기 일쑤다. 책의 중반을 지나 읽는 내내 눈물로 눈이 촉촉해진다. 내 맘에 숨기고 싶은 초라함과 약함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져주며 끌어낸다. 부질없는 것들을 추구하며 정작 의미있는 일들을 뒤로하는 인간들이 떠오른다 . 결국 가장 어리석음의 중앙에 발딛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저자와 모리가 죽음 앞에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는 참 멋있다. 살면서 고민하게 되는 주제를 통해 우리 삶을 고찰하고,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제안한다. 두 사람의 과제가 훌륭한 목적의식을 갖게 하고 그들 자칭 ’화요일의 사람’이라 표현하며 자연스럽고 멋있는 삶의 죽음을 이룩해간다. 모리가 저자에게 전하는 칭찬이 이 책을 잉태하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만약 아들을 한 명 더 가질 수 있다면 그게 자네였으면 좋겠어(233쪽)” 이렇게 구체적이고 멋진 칭찬을 할 줄 아는 모리가 부럽다. 단순한 스킬과 화법이 아니기에 더 존경스럽다
모리는 참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한 사람이다. 독립적인 주인공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의식주 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생각한다.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거의 없다시피 한 노인, 그리고 냄새나는 불쾌한 사람. 저자는 말한다. ‘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나라고 좋은 냄새를 풍길 재주가 있을까’
아직도 귓전에 울리는 모리의 말. “내 말을 믿게. 죽어 가고 있을 때는 사람들이 모두 다 같다는 게 참말임을 알게 되네. 우리 모두 출생이라는 걸로 똑같이 시작하지. 그리고 똑같이 죽음으로 끝나네(219쪽)”
현실에서 성공과 부를 위해 앞만 보며 달려오던 저자가 방송을 통해 학창시절 존경하는 교수님이 루게릭병에 걸려서 점점 쇠약해 지다가 돌아가시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오랜만에 교수님을 찾아 뵙고 또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죽어가는 교수님의 일상과 생각들을 기록한다.
처음에 이 책을 보고서 놀란 것은 이런 일상적 기록이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고 심지어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저자는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 여러 출판사들을 전전했고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거절했다고 한다. 아마 이 출판인들이 나와 같은 생각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은 출판되자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결국 세계적 베스트셀러까지 된 것이다. 나와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출판인들의 판단착오!
아니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나에 관해서만). 이 책은 1997년에 출판되었다. 아마 이 당시에는 모리교수처럼 자신의 죽음을 객관화하면서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다. 그래서 모리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은 죽음이라는 단어만 검색을 해도 모리교수님과 같은 사례들을 많이 접할 수 있고, 웰다잉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으며, 책과 교육과정 등으로 정착되었을 정도다. 그렇게 때문에 내가 처음에 이 책을 가볍게 받아들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죽음은 그냥 학문적 영역을 뛰어넘는다. 우리가 죽음을 머리로 받아들이고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리 교수님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죽는다’는 사실을 매일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텐데.......
책 내용 중 모리 교수가 한 말로 마무리를 한다. ‘불교도들이 하는 것처럼 매일 어깨 위에 작은 새들을 올려놓는 거야. 그리고 새에게 오늘이 그날인가? 나는 준비가 되었나? 라고 묻는거지!’
인간은 모두 죽게 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자기가 죽는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죽는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당장은 아니기 때문에 천년만년을 계획하며 살고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며 물질을 소유하는 것은 좋다, 돈은 더 많아야 좋다, 즉 더 많은 것이 좋다는 등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보통 소시민들은 이러한 것에 눈이 멀게 된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게 한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좀더 친근하게 대하면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되고, 살아 있는 동안 자기 삶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다. 즉 나는 해야 할 일들을 다 제대로 하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등을 매일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죽기 전 후회할 일을 지금 하도록 만든다. 다른 말로 하면, 죽는 법을 배우게 되면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것이며 다른 삶을 살 것이다.
죽기 전 후회할 만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의 역할도 필요하다. 국가의 역할 중 하나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보장제도 확충에 소극적인 자본주의체제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도 변해야 한다. 양당체제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소선구제를 다양한 국민의 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과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서 상생과 개인존엄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