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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복지연대
조회
417회
작성일
23-06-28 09:41

본문

 

 

 

가족, 너무 가까워서 너무 쉽게 대하는 대상은 아닐까. 누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화도 낼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대한다. 잘해주고 싶지만 잘 해주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성의 없이 행동하거나, 대충 떼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족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는 쉽게 이야기한다. 쉽게 이야기한 그 사람에게 상처받고 다시는 보지 않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이야기한 부분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 사람과 어느 접점이 생기지 않는 한 잊으려 하고, 생각나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듯 가족은 어려우면서도 편하고,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아무런 그런 관계이다.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언제라도 기다리고 있고, 내가 막 대해도 나를 위로하는 사람들, 내가 무심하게 대해도 괜찮은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왜? 가족은 언제나 나를 기다렸고, 나에게 큰 디딤돌이었다.  

그런 가족이 왜 내 곁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을까? 오히려 어쩔대는 내곁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때도 있었다. 가족은 그런 것인가? 하지만, 가족이 떠난 그 자리는 말로 대신할 수 없다. 가족의 빈자리는 떠난 이후에야 깨닫는 추억과 후회의 뒤범벅이다.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었다. 이 책에는 쇼코의 미소 뿐 아니라 작가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쓴 7편의 단편 혹은 중편의 소설 모음집이었다. 그 덕에 평소에 소설을 즐겨읽지 않았던 내가 많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소설집을 읽으며 최은영작가가 시대상에 민감하고 내성적이며 섬세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주 소설인 쇼코의 미소보다는 ‘씬짜오 씬짜오’와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가 마음에 다가왔다.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독일의 베트남 이민가족과 한국 유학생 가족의 문제를 다룬 ‘씬짜오 씬짜오’, 그리고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를 다룬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는 시대상과 어울려 역사적 사실에 민감한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한 소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 감동이었던 것은 시대적 아픔 속에서 오는 갈등과 증오를 현재 어떻게 받아들이고 화해와 용서로 내면화 하는 지에 대한 작가의 조용한 전달력이었던 것 같다. 

최은영 작가는 외향적이고 직설적인 나와 많이 다른 사람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이 작가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하는 궁금함에 작가의 최근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쇼코의 미소'는 최은영 작가가 2013~2016 동안 작성한 단편집을 모아 만든 소설집이다. '쇼코의 미소'를 읽으며 각 단편의 주인공에서 느끼는 전체적 생각은 '답답함'이었다. 쇼코의 미소에서 주인공은 쇼코와 할아버지에게 답답할만큼 자기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해가 쌓여가고 관계는 서먹해지고... 물론 쇼코와 할아버지도 주인공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지만, 궁금한 게 있으면 주인공이 얼마든지 물어보고 표현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들이 모두 떠난 후, 후회하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씬짜오, 씬짜오에서도 독일에서 만난 베트남 이웃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두 이웃이 잘 지내다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시각 차를 확인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관계로 끝을 맺는 마무리가 아쉬움을 남겼다.

이러한 생각은 한지와 영주에서 극에 달하는데,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말은 안 했지만 그러한 마음을 확인까지 했는데 무엇이 서로를 틀어지게 했는지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마무리 되는 전개가 의아함을 들게 했다.

물론 '관계, 삶'이라는 것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승-전-결이 명확하여 원인과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 속에 후자의 경우가 많은지도 모른다. 다 설명할 수 없는 관계의 미묘함... 나 자신은 그런 관계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독서 내내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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