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 다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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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복지연대
- 조회
- 334회
- 작성일
- 23-10-17 21:29
본문
최재천 교수는 드물게 세간의 주목을 받는 자연과학자이다. 이는 최재천 교수가 자연과학, 특히 40억년의 긴 역사를 가진 자연을 탐구하며 얻은 통찰력으로 짧은 역사의 인간셰계를 바라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이어서 일 것이다. 그는 이러한 관점으로 많이 분화되어 깊이는 있을지언정 통합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우리 학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통섭이라는 개념으로 학문간 통합을 통한 새로운 통찰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르면 다를수록’은 이러한 관점에서 쓴 최재천 교수의 수필집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이 책에서 자연과학에서 얻은 통찰력으로 인간사회의 문제를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아름답다, 특별하다, 재미있다’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름답다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 속 인간이 가져야 하는 겸허함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특별하다에서는 다양성의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본다. 왜 다양해져야 하는지 왜 다양성을 품어야 하는지를 자연과 비교하여 인간사회를 지적한다. 그리고 재미있다에서는 진화라는 긴 과정에서 인간세계의 일들을 새롭게 바로보고자 하는 저자의 관점을 보여준다.
이 책 또한 다른 최재천 교수의 글이나 말처럼 진화론을 바탕으로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분이며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우리가 최근 성과를 많이 얻고 있는 유전체 분석조차도 하나의 유전체가 하나의 인간 특성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특성의 유전자 조합으로 특성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너무 열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회 계층화가 공고화되어 더이상의 계층이동이 사라진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았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자연이 혐오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순수'라고 한다. 왜 순수를 혐오한다고 설명하냐면, 유전자의 순수성(내가 해석하기에 동일성)은 작은 바이러스에도 공동체를 멸절시킬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해당 인근 지역의 가금류는 살처분당하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대량소비를 위해 유전자의 다양성이 고갈된 가금류가 대량생산되어 유전자가 거의 동일한 복제 가금류가 되므로 오염된 가금류는 바이러스에 저항하지 못하고 수천 수만 마리가 순식간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사회도 이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계층이동 없는 계급사회로 진입한지 20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IMF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는 대한민국의 계급이동을 둔화 또는 정지시켰고, 특정 계급의 이익을 위해 국민이 동원되는 것 같다. 만약 계급사회가 공고화되어 더이상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면, 즉 모두가 획일적으로 똑같은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더이상 우리 사회에서 발전과 진보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 같다.